“부산외대, 부산 상품·서비스 ‘글로벌 마케터’ 되겠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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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한 달 부산외대 장순흥 총장

카이스트·한동대 거치고 4년 임기
부산과 대학 살리려면 협력 중요
협력형 문제해결 ‘PSC’ 교육철학
인성교육·융합형 인재양성 다짐

취임 한 달을 맞은 부산외대 장순흥 신임 총장이 자신의 ‘PSC’ 교육철학과 지산학 협력 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부산외대 제공 취임 한 달을 맞은 부산외대 장순흥 신임 총장이 자신의 ‘PSC’ 교육철학과 지산학 협력 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부산외대 제공

“어떻게 하면 지역과 지역대학이 협력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1일 취임 한 달을 맞아 최근 부산외대 총장실에서 만난 장순흥(68) 신임 총장은 지난 한 달이 지역대학의 활로를 모색하는 고민의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장 총장이 생각하는 해법 중 하나는 ‘지산학 협력’이다. 그는 “한동대 총장 시절 박형준 부산시장이 몇 차례 찾아와 지역과 산업체·학교의 협력을 강조하셨는데, 저 역시 부산과 대학이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협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산학 협력 과정에서 장 총장이 생각하는 부산외대의 역할은 지역 상품·서비스의 세계화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는 “예를 들어 식품의 경우, 어떤 건 지역 수준인 반면 햄버거나 피자처럼 세계적인 수준인 음식도 있다”며 “글로벌 언어와 마케팅을 통해 부산의 상품과 서비스를 세계에 알리는 일에 부산외대가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13일 부산외대 만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장 총장은 5가지 비전을 발표하면서 ‘인성교육’을 가장 앞세워 눈길을 끌었다. 최근까지 한동대 총장을 지내면서도 훌륭한 인성을 갖춘 인재를 육성했다고 강조한다. 장 총장은 “(한동대)학생들이 인사를 잘해 학교를 방문하는 사람들마다 ‘참 기분이 좋다’고 하는 등 인사가 웬만한 실력보다 낫다는 걸 느꼈다”며 “부산외대 학생들에게도 인성교육을 실천하는 법을 가르쳐, 정직·신뢰·성실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실제로 장 총장 시절 한동대는 정직을 바탕으로 ‘무감독 시험’과 학생식당 ‘100원 밥상’ 등을 도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부산지역 현안인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와 관련해서도 장 총장은 건물 같은 하드웨어 못지 않게 친절함 등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총장은 “세계박람회를 통해 부산 시민들이 친절하고 에티켓을 갖춘 세계적인 수준의 시민이라는 평이 나면 좋겠다”며 “외국인이 길을 물어볼 때 영어로 잘 설명을 못하더라도 함께 동행해주는 친절함이 생긴다면, 그것만으로도 부산의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총장이 인성에 이어 강조하는 것은 융합형 인재이다. 그는 “요즘엔 누구나 인터넷 검색을 활용하듯, 앞으로는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인공지능과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며 “부산외대 학생들을 국제적인 전문가이면서 동시에 4차 산업에 필요한 인공지능·IT를 적극 활용하는 글로벌 융합인재로 양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장 총장은 2000년대 카이스트에서 10년 동안 두루 보직을 맡으며 혁신인재 육성과 산학협력 등 굵직한 성과를 냈다. 입학사정관제, 교수정년제(테뉴어) 등으로 카이스트 혁신을 이끌며 당시 대학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교육분야 혁신에서 장 총장이 우선시하는 건 지식전달이 아닌 문제해결형 교육이다. 그는 “경제학이 복잡하다지만 핵심질문은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안전망을 어떻게 갖출 것인가’라는 두 가지 문제”라며 “학생이 핵심 문제를 파악하고 그 답을 찾아가는 길을 가르쳐주는 게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문제(Problem)’를 찾고 해결하기 위해 장 총장이 중요시하는 것은 ‘스스로 공부하기(Self Learning)’와 ‘협력하기(Collaboration)’이다. 장 총장은 이 3가지를 묶은 교육철학을 ‘PSC’라 이름 붙였다. 그는 “중요한 문제를 잘 찾은 다음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늘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한다”며 “하지만 혼자서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협력’이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장 총장은 조만간 이 같은 교육철학을 담은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그는 총장의 역할을 놓고도 ‘문제해결’을 최일선에 두고, 학생과 교수의 어려움을 듣고 해결해주는 문제해결형 총장이 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장 총장은 “총장실에 있는 동안에는 사전 약속을 하지 않더라도 언제든 교수와 학생을 격의없이 만날 생각”이라며 “문제 해결을 도와 학생과 교직원을 행복하게 만들고, 이들이 다시 학교에 기여하게 만드는 게 총장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장 총장은 수능을 앞둔 미래의 신입생과 재학생들에게 “학생들을 위한 대학, 학생들이 사랑하는 대학을 만들어 지역에 크게 기여하는 부산외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인사를 전했다.

한편, 지난달 1일부터 부산외대 제11대 총장으로 4년의 임기를 시작한 장 총장은 서울대 원자력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MIT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82년 카이스트 교수(원자력·양자공학과)로 부임했다. 2001년부터 기획처장·교무처장·대외부총장·교학부총장 등을 역임하며 10년 동안 카이스트 혁신을 이끌었다. 이어 2014년부터 올해 초까지 8년간 한동대 총장을 지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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