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사우디 방위 산업






사우디아라비아가 K방산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대(對)사우디 무기류 수출 규모는 2억 8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54% 증가했다. 올 10월 윤석열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공동성명을 채택한 후 중거리 지대공 요격 체계인 천궁-Ⅱ를 비롯한 각종 국산 무기의 수출 길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사우디의 지난해 국방비 지출은 750억 달러로 세계 5위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출 규모는 7.4%로 우크라이나(34%)에 이어 세계 2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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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가 막대한 국방 예산을 쓰는 것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수니파·시아파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큰 탓도 있지만 중동 방위산업의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과감히 초기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사우디는 2030년까지 국방비 지출의 50%를 현지화한다는 ‘비전 2030’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사우디는 국방비의 98%를 해외 무기 수입에 지출했다. 2017년 출범한 국영 방산 기업 SAMI는 2030년 글로벌 25위 방산 업체로 성장한다는 목표에 따라 지상 및 항공 시스템, 무기·미사일, 전자 방위 장비 등 4개 분야 중심으로 생산 현지화를 추진 중이다. 같은 해 신설된 정부 군수 기관 GAMI는 방산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R&D)을 담당하고 있다.

사우디의 공격적인 투자로 가격경쟁력이 높고 납품 속도가 빠른 K방산의 수혜도 예상된다. 다만 사우디가 단순 무기 수입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자국 내 방산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사우디는 자체 생산 능력을 키우는 동시에 해외 군수 업체들에 무기 구입의 대가로 기술이전, 합작사 설립 등을 압박하고 있다. 현지 생산을 늘리더라도 핵심 기술 유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나아가 정부의 목표대로 2027년 글로벌 4대 방산 수출국으로 올라서려면 글로벌 방산 공급망 참여 등을 통한 수출 제품·시장 고도화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최형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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