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피해 필리핀 오지 마을' 부산외대 봉사단 위문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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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더미 속 상처난 발, 새 신발로 감쌌다

김인효(맨 왼쪽) 선교사가 태풍 피해로 집을 잃은 필리핀 민도르 섬 바야난 마을의 망얀족 어린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아이들은 부산외대 학생들로부터 어린이용 신발을 선물받았다. 안준영 기자

까만 얼굴에 심한 곱슬머리, 크고 맑은 눈망울을 지닌 필리핀 민도르섬 바야난 마을의 원주민인 망얀족 아이들은 대부분 맨발이었다. 부산외대 학생들이 배낭 가득 담아 온 어린이용 신발을 바닥에 풀어놓자 마냥 수줍어하던 아이들은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집채만 한 돌에 마을 파묻혀
SNS 통해 알게 돼 모금 운동
쌀 200포·신발 300족 마련
아이들 수줍은 미소에 보람


부산외대 해외봉사단 학생들은 망얀족 아이들에게 직접 신발을 신겨줬다. 8기 해외봉사단장을 지냈던 이은제(26·중국어 4) 씨는 "맨발로 돌무더기를 밟고 다녀서 그런지 아이들 발에 찢어진 상처가 많아 놀랐다"며 "학생 신분이라 더 큰 도움을 주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부산외대는 매년 여름방학에 해외봉사단을 꾸려 필리핀에서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꼬박 10년째 계속되는 봉사활동이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여름이 아닌 한겨울인 지난 10일 임시 봉사단이 꾸려져 필리핀에 파견됐다. 지난달 이 마을에 심각한 태풍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수백 년간 원주민들의 따뜻한 보금자리였던 마을이 불모지로 변하는 데에는 채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지난달 이 마을을 강타한 제27호 태풍 '멜로르'는 필리핀의 몇 남지 않은 원주민 망얀족의 보금자리인 바야난 마을을 집채만한 돌들로 집어삼켰다.

마을 전체의 60~70% 수준인 130여 채의 크고 작은 건물이 산에서 굴러온 돌무더기에 묻혔다. 마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2층짜리 학교와 교회는 돌더미 사이에서 간신히 그 형채만 유지했다. 700여 명에 이르는 망얀족 마을 주민들은 인근 임시 거처에서 스무 명씩 한 방을 함께 쓰며 생활하는 형편이다.

이 소식은 현지에서 20여 년째 망얀족을 보살피고 있는 김인효 선교사를 통해 부산외대 학생들에게 전해졌다. 해외봉사단 SNS를 통해 필리핀 오지마을의 어려움이 알려졌고 학생들은 형편껏 모금 운동에 참여했다. 부산외대 교직원들도 십시일반 힘을 보탰다. 그렇게 해서 모인 400여 만 원으로 10㎏들이 쌀 200포와 울퉁불퉁한 바위 지형에서 아이들의 발을 보호해줄 어린이용 신발 300켤레를 마련했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자동차와 배, 지프니(미군용 지프를 개조해 만든 필리핀의 교통수단)등을 꼬박 7~8시간 동안 번갈아 타야 도착할 수 있는 오지마을이지만 임시 봉사단원들에게 이동거리쯤은 문제되지 않았다.

새 신발로 갈아신은 망얀족 아이들은 1박 2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봉사단원들에게 민도르섬의 에메랄드빛 해역과 똑 닮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봉사단의 빈 배낭에는 동그랗고 맑은 망얀족 아이들의 얼굴과 눈망울이 가득 담겼다. 부산외대는 올 여름 사랑의 집짓기 봉사활동을 이 곳에서 펼칠 예정이다.

필리핀(민도르 섬)=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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