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준의 세상이야기] 중국의 소프트파워
[김호준의 세상이야기] 중국의 소프트파워
  • 승인 2022.11.1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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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준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조지워싱턴대 국제정치학 박사
중국의 소프트파워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역사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페어뱅크(Fairbank) 교수는 역사와 전통을 고려하지 않고 중국과 같은 나라를 다룬다는 것은 눈을 감고 비행하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중국은 그들의 풍부한 역사에 대하여 대단한 자부심과 우월의식을 가지고 있고 유니크한 세계 문명 보유국으로서의 특별한 지위 의식이 있으며, 중국이 세계질서와 문화의 중심이라고 여기는 중화사상에 익숙해져 있다.

중국어로 ‘루안스리’로 번역되는 소프트파워의 개념은 1993년 상해 푸단대학교 왕후닝 교수의 소프트파워에 대한 중국 최초의 논문에서 언급되었다. 그 후 중국 공산당 내 각종 연구기관과 싱크탱크 및 대학에서 적어도 1천개 이상의 소프트파워에 대한 논문이 나왔으며, 중국 정부에서도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문화로서의 소프트파워 고양에 힘쓰고 있다.

일찍이 마오쩌둥도 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마오는 1942년 연안 연설에서 “문화는 중국에서 오랫동안 정치적 무기였다. 예술과 정치는 분리될 수 없다. 예술은 정치의 도구이고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예술은 사회에서의 공간은 없다”라고 말했다. 후진타오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에는 반드시 중국 문화의 번영이 수반될 것이다. 우리는 중국 문화를 세계에 전하고, 중국의 국제적 지위에 걸맞은 문화적 소프트파워를 개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후진타오의 소프트파워 전략의 핵심은 세계를 향해 걸어 나가는 저우추취(走出去)이다. 시진핑은 문화적 초강대국(cultural superpower)을 표방하면서, 중국이 온포사회(溫飽社會, 기본적 의식주가 해결되는 사회)를 거쳐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에 소강사회(小康社會, 일정 문화생활을 영위할 정도의 여유가 확보된 사회)를 구현하였다고 선포하였으며, 건국 100주년인 2049년에는 대동사회(大同社會,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를 건설하겠다는 중국몽(中國夢)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몽은 중국 정신을 전 세계에 펼쳐 중국의 문화를 세계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이미지와 브랜드를 높이기 위한 소프트파워 전략은 역사, 언어, 미디어, 영화, 화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첫째, 중국 정부는 5천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와 문화적 전통을 최고의 소프트파워로 여긴다. 1천800년대 초까지 세계 GDP 1위 국가였던 중국은 슈퍼파워가 되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고(History repeats itself), 정상적인 상태로 복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둘째, 중국의 소프트파워에 대한 접근은 전 세계에 공자학원을 만들어서 중국어를 확산시키는 것이다. 공자는 BC 5세기에 죽었지만 2004년에 부활했다. 2004년 11월 대한민국 서울에 처음으로 공자학원을 연 이래 100개국 이상에서 475개의 공자학원과 850개의 공자에 대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중국의 유교문화를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셋째, 미디어를 컨트롤하는 자가 마음을 컨트롤할 수 있다. 중국은 국가브랜드 전략의 한 부분으로 최근 해외 미디어 확장에 약 65억 달러를 투자했다. 국제 뉴스의 90%가 미국의 미디어 회사에서 나오는 것에 맞서 중국은 신화통신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중국의 창문으로 만들고 있다. 또한 미국의 CNN에 맞서 24시간 영어 채널인 CCTV를 전 세계에 선전하고 있다.

넷째, 20C와 21C의 미국 소프트파워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가 영화산업을 통해서 미국 문화를 범세계적인 것으로 만들었다고 보고, 중국은 중국 영화의 국제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은 천카이거와 장이머우와 같은 유명 감독을 배출했지만 중국 영화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약 6.7%에 불과하다. 중국 영화는 창의성이 부족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쿵푸가 있고 판다도 있지만 쿵푸판다(Kung Fu Panda)와 같은 미국 영화는 만들지 못한다. 중국 정부는 문화산업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지원하기 위해 1997년 중국 저장성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헝뎬스튜디오(축구장 60배 크기)를 열었으며, 2012년 완다 그룹은 미국의 거대 극장 체인인 AMC 엔터테인먼트를 26억 달러에 인수했다. 시진핑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 해상 실크로드)에 편승해서 중국 영화산업이 고속 성장하고 있다.

다섯째, 세계에 흩어져 있는 디아스포라(diaspora, 본토를 떠나 타국에서 살아가는 공동체 집단)이자 보이지 않는 제국인, 6천만 명의 화교를 중국 문화의 전파에 있어서 최첨병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중국의 차 문화와 음식문화에 세계는 매료되었다. 세계 최초의 패스트푸드인 누들은 동남아 화교를 통해서 아시아 전체에 퍼졌고(noodle road), 다시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여섯째, 중국은 국제적 이벤트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이 문화강국임을 세상에 보여주었다. 제국의 멸망과 치욕의 역사, 그리고 고된 혁명, 가난의 고통을 이겨낸 위대한 민족이 올림픽을 통해 다시 세계의 중심에 서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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