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 3주기 추모식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경주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 3주기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이 17일 금정구 부산외대 남산동캠퍼스 내 마련된 추모공원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naver.com

"우리 진솔이가 살아 있었다면 오늘 같이 따뜻한 날, 친구들과 함께 졸업을 하며 활짝 웃었겠지요."

17일 오전 11시 30분 부산외국어대학교 남산동 캠퍼스 I관 앞에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 3주기 희생자 추모식이 열렸다. 유가족 대표인 故 김진솔 학생의 아버지 김판수(56) 씨는 이날 대학 관계자들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

참사 당시 스무살이었던 김진솔(태국어과 2년)·이성은(베트남어과 2년) 학생은 2학년 선배로서 후배들의 신입생환영회를 축하하기 위해 행사에 참여했다 변을 당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오후 2시 부산외대 캠퍼스에서는 학위수료식이 예정돼 있었다.

김 씨는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고,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는 딸 아이의 포근하고 따뜻한 품이 너무 많이 그립습니다. 아직도 길을 걷다 또래 아이들을 보면 문득 딸 아이 생각에 눈물이 납니다"라며 이날 추모사를 낭독했다.

많이 포근해진 날씨 덕분인지 이날 추모식에는 부산외대 아시아대학 학생들 80여 명을 비롯해 유가족과 학교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저마다 국화꽃을 손에 들고 자리를 지켰다. 40여 분 간의 추모식이 끝난 한참 뒤에도 참석자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경북 경주 코오롱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는 부산외대 재학생과 입학생 9명 등 사망자 10명을 포함해 2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참사다.

당시 부총장이었던 정용각 사고대책수습본부 본부장은 경과보고를 통해 지난 3년간의 일들을 참석자들과 공유했다. 정 본부장은 "희생자 박주현 학생 부모님은 천사장학금을, 고혜륜 학생 부모님은 소망장학금을 잇따라 기부해 주셨고, 9명의 희생 학생 부모님 모두가 별도로 중상을 입은 학생들을 돕기 위해 500만 원씩 모두 4500만 원을 내어놓으셨고, 또 지난해 7월에는 고혜륜 학생의 가족들이 남태평양의 섬나라 바누아투에 기부해 국립 혜륜 유치원을 설립하는 아름다운 선행도 있었다"고 전했다.

물론 아직까지 당시 참사를 겪은 200여 명의 학생들이 크고 작은 신체적 부상이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만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조금씩 극복해 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서울아산병원에서 32차례의 수술을 받고도 아직 회복이 안 돼 3년째 병상에 누워있는 미얀마학과 장연우 학생은 안타까운 상황이다.

하지만 장연우 학생의 어머니 이정연 씨는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이 씨는 "희생된 학생들은 내 자식처럼 마음이 아프다"면서 위로를 표하고 "연우는 통증 때문에 여전히 힘들어 하고 아직 한참 더 병원에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탓에 잊혀져가는 것 겉아 어쩐지 속상하지만 밝은 연우의 얼굴을 보며 열심히 이겨내겠다"고 덧붙였다.

또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꾸준히 받고 있는 중상자 학생 일부는 지난해 2학기 복학했거나 오는 3월 복학을 예정하고 있는 경우도 있어 반가운 일이다. 더불어 외상후 스트레스로 인해 심리적 어려움을 겪어왔던 10여 명의 학생들은 부산대학교병원 김지훈 교수의 상담 치료 자원봉사 덕분에 마음의 상처를 많이 극복하고 밝은 미래를 위해 준비 중이다. 김지훈 교수는 이 학생들을 위해 3년째 매주 부산외대를 방문해 심리 상담과 치료를 해왔다.

병원 치료가 끝나지 않은 학생들은 아직도 코오롱 측과 피해보상 합의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추모식에서 만난 강만수(22·중동지역통상학과 2년) 학생은 "참사 현장에 있었기에 그 때 생각이 나서 마음이 울컥한다"면서 "희생되거나 크게 다친 친구들과 선배들을 잊지 않고 늘 기억 속에 간직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