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은 현실과 만나야 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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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부산외대 만오토리움에서 열린 '콘텐츠 토크콘서트'에서 주호민 만화작가가 지난 13년간 만화를 그리면서 경험했던 성취와 반성, 고민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부산콘텐츠코리아랩 제공

"부산외대도 없어지는 건가요?"

"원래 게임도 끝판왕이 깨지면 끝나잖아요. 오늘 끝판왕이 깨졌기 때문에 이제 파괴는 그만해도 되겠죠?"(웃음)

'파괴왕' 만화작가 주호민
부산외대서 '토크 콘서트'

대학·군부대·마트 경험담
그리는 작품마다 인기몰이
"즐거운 일 해야 삶의 기쁨"

한 학생의 짓궂은 질문에 '파괴왕' 주호민(사진) 만화작가가 재치있게 답한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파면' 결정을 내린 직후인 지난 10일 오후 부산외대 만오오디토리움. 이날 부산콘텐츠코리아랩이 마련한 '콘텐츠 토크콘서트' 마지막 편에 출연한 주 작가는 '상상력은 어떻게 만화가 되는가'란 주제로 150여 명의 학생과 함께 유쾌하고 진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자신이 몸담았던 학과, 군부대, 마트, 만화연재 사이트 등이 잇따라 사라지면서 '파괴왕'이란 별명을 얻은 주 작가. 2005년 <짬>을 시작으로 <무한동력>, <신과 함께> 등 그리는 만화마다 인기를 끌며 스타 만화가 반열에 올랐지만, 데뷔는 '우연'이었다. 군 제대 후 백수 처지가 되자 자신이 겪은 군대 이야기를 한 인터넷 게시판에 만화로 연재한 게 시작이었다.

군대 만화만 4년. 자전적 이야기를 하는 작가들이 대부분 그렇듯, 주 작가도 '내 얘기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나'란 자괴감에 빠져들기도 했다. 이때 새로운 이야기와 캐릭터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 건 뉴스와 방송이었다. 현실 불가능한 무한동력기를 만드는 '괴짜 발명가'를 TV 방송에서 본 뒤 당시 취업준비를 하던 또래 친구들의 이야기와 함께 풀어낸 작품이 <무한동력>이다. 주 작가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도전하는 발명가의 표정은 당시 주변 친구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표정이었다"며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이 일을 하고 있을 때 가장 즐겁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죽기 직전에 못 먹은 밥이 생각나겠는가. 아니면 못 이룬 꿈이 생각나겠는가.' 2008년에 쓴 <무한동력> 대사 속엔 당시 깨달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지만 주 작가는 현실적인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당시엔 꿈에 방점을 둔 대사였지만, 굳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더라도 양립이 가능하다"며 "무작정 꿈을 좇기보단 먹고 살 궁리를 하면서 도전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 작가의 만화에는 시대와 사회의 문제들이 곳곳에 녹아있다. <무한동력>에선 청년들의 불안, <신과 함께>에선 등록금을 벌기 위에 험한 일도 마다치 않는 대학생 철거용역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만화 속에 녹여내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일"이라며 "만화는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장르라 비판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외려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 작가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촛불에 대해서도 머지않은 시기에 만화화해보려고 구상 중이다.

그는 "'마음속에서 그림에 재능이 없다는 말이 들려오면 반드시 그림을 그려봐야 한다. 그림을 그릴 때 비로소 그 소리는 잠잠해진다'는 화가 고흐의 말처럼 자신이 집중했을 때 모든 것이 조용해지는 순간이 오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로 청년들을 응원했다. 주 작가는 다음달 신작 <빙탕후루> 연재로 독자들을 찾아간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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