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금삭감 없고 업무 몰입 효과
- 9월 ‘초중고생 자녀’까지 확대

유연근무제의 바람이 대학에도 불고 있다. 부산외국어대학교가 전국의 대학 중 최초로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시선을 끌고 있다.
부산외국어대는 이달부터 전국 대학 최초로 교직원들의 육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이에 따라 8세 이하 미취학 어린이를 자녀로 둔 교직원은 근무시간과 근무 환경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유연근무제란 주 5일 전일제 근무 대신 재택근무, 시간제, 요일제 등 다양한 형태의 근무 제도를 뜻하는데 부산외대가 도입한 건 선택적 근로 시간제다. 원래 부산외대의 근무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여기서 부산외대는 출근 시간을 한 시간 앞당기거나 뒤로 미룬 두 가지 유형(오전 8시~오후 4시, 오전 10시~오후 6시)의 근로 시간제를 도입했다.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이후 교직원의 반응은 뜨겁다. 특히 육아휴직을 쓰는 데 눈치를 봐왔던 남성 직원의 호응이 높다. 현재까지 7명의 교직원이 유연근무제를 선택했는데, 그중 5명이 남자직원이다. 또 선택적 근로 시간제의 경우 출퇴근 시간만 달라질 뿐 총근무시간은 같아 임금이 삭감되지 않는다. ‘오전 10시 출근, 오후 6시 퇴근’ 근로 시간제를 선택한 이석권(39) 씨는 “맞벌이 부부라 아이의 등원을 다른 지역에 사는 부모님께 맡겼다”며 “출근 시간이 늦어져 아이들을 직접 유치원에 데려다줄 수 있어 마음 편하다”고 웃었다.

부산외대도 유연근무제 도입으로 대학행정 서비스의 질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산외대 관계자는 “그간 맞벌이 부부인 교직원의 경우 자녀 양육으로 반나절 휴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유연근무제 도입으로 ‘반차’ 사용이 감소하면서 업무 몰입도가 더 높아져 학생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부산외대는 앞으로 유연근무제 대상 범위를 늘릴 계획이다. 현재는 미취학 어린이 자녀를 둔 교직원만 유연근무제를 이용할 수 있어 부산외대의 전체 교직원 수인 184명 중 대상자는 28명에 불과했다. 이를 초중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직원으로 확대해 올해 9월부터 적용하려고 검토 중이다. 또 유연근무제의 빠른 정착을 위해 교직원 부재 시 메신저 등을 이용해 업무 공백을 메우는 등의 보완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최희원 경영지원실장은 “매일 아침 미취학 자녀의 등·하원 문제로 고민하는 교직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저출산 문제에 힘쓰는 정부의 정책과 발 맞추기 위해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김해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