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서민기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학과를 고르는 기준은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성적에 맞춰서 골랐을 것이고, 누군가는 취업을 생각하며 골랐을 것이며, 누군가는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생각하며 골랐을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 누군가가 일본어 학과를 골랐다고 가정했을 때, 그 사람이 일본어 학과를 고른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일본어 학과를 골랐을지는 모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계기였다. 초등학생 시절 마인크래프트 관련 공략을 찾다가 어떤 네이버 블로그에서 접한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라는 애니메이션을 계기로 초등학생 때부터 일본어를 공부하게 됐고, 고등학교 때는 유학 준비를 했으며, 일본어 특기자로 부산외대에 입학했다. 이렇듯 나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계기로 일본어 학과에 들어왔다. 그리고 일본 애니메이션을 계기로 창작을 시작하게 됐다.
조금 어두운 얘기를 꺼내자면 나는 지금까지 그다지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다. 아버지랑 매일 같이 싸우던 어머니는 어딘가로 사라졌고, 아버지는 틈만 나면 술을 먹고 들어와서 나랑 여동생을 학대했으며, 경찰이 집으로 찾아오는 일까지 더러 있었다. 지금은 아버지에게서 벗어나 몇년만에 모습을 드러낸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지만, 몇 년 동안 학대를 당한 영향이 남아 나는 아직까지 우울증으로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런 내게 유일하게 구원이 되었던 것은 다름 아닌 일본 애니메이션이었다. 그리고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나는 매번 생각했다. 나도 누군가에게 구원이 되는, 그런 멋진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그리하여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웹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많고 많은 매체 중에서 굳이 웹소설인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그림에 그다지 소질이 없었고 어릴 때부터 유독 글쓰기로 칭찬을 받은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웹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정말 다양한 곳에서 연재했다. 구체적인 사이트 이름까지는 언급하기 어렵지만 사실상 이름 있는 사이트 중에서는 안 써 본 사이트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솔직히 말하자면 전부 그다지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지금은 한 사이트에 정착하여 소설을 연재하고 있는데, 계약서를 쓰고 돈을 받으며 정식으로 연재를 하고 있긴 하지만 이것도 사실 그렇게 인기가 많지도 않고 그렇게 많은 돈을 벌고 있지도 않다.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자면 한달에 한번 치킨 시켜 먹을 정도의 돈을 벌고 있다. 그런 수익에 비해 나는 강박증이 심해서 한 문장을 쓰는 데에 몇 시간을 쓰기도 하고 한 편을 적는 데에는 칠이 걸리는 경우도 많다. 다른 작가들이 몇 시간 만에 한 편을 쓰고 하루에 두 세 편을 쓰면서 월에 1000만 원도 넘게 버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터무니 없는 가성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웹소설을 연재한다. 웹소설뿐만이 아니다. 유튜브에서 무료로 쓸 수 있는 비트를 찾아서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아 자작 랩을 쓰기도 하고, 티라노 빌더라는 일본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비주얼 노벨을 만들기도 하고, 이리암이라는 일본 어플에서 인터넷 방송을 하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현재 버츄얼 유튜버를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나한테 있어서 이 모든 것은 창작 활동의 일종이다.
물론 누군가는 이런 내게 경멸의 시선을 보낼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그게 되겠냐며 현실을 자각하라며 한심하게 바라볼지도 모른다. 이런 내 활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폄하하면서 비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말하든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말하든 내 소설로 힘을 얻는 사람은 분명히 존재하고 그런 사람들이 간혹가다 10만 원씩 후원해 주기도 한다. 내 방송을 보고 힘을 얻은 팬이 나를 응원해 주다가 현실에서도 만나 연애로 이어져 여자친구가 생기기도 한다. 내가 만들어 가는 이야기에 감동을 느끼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설령 내가 만들어 가는 이야기를 보고 아무도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활동들로 말미암아 나 자신이 한발이라도 내디뎠다면, 내디딘 그 한발만으로도 아주 훌륭하고 가치 있는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적어도 이런 나를 험담하는 데 시간을 쓰는 것보다는 훨씬 더 의미 있는 행동이다. 무언가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란, 창작이란 그런 행위이다.
내가 적은 에세이를 읽고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느꼈을지는 잘 모르겠다. 누군가는 그냥 누군가 이런 글을 적었구나 하고 넘겼을 것이고, 누군가는 내가 늘어놓는 이야기를 보면서 비웃었을 것이며, 또 다른 누군가는 감동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쪽이 됐든 내가 내릴 결론은 하나다.
나는 지금 여기서 또 하나의 글을 창작했고, 당신이 글을 읽게 만들어 당신의 시간을 빼앗으며, 당신이 내 글을 읽고 무언가를 느끼게 만들어 당신의 인생에 영향을 주었다. 비록 그 영향은 눈에 띄지도 않을 만큼 작을지도 모르지만, 당신도 알고 있듯 세상에는 나비 효과라는 말이 있다.
오늘 내가 적은 글이 당신의 인생에도 나비 효과를 일으키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줄이도록 하겠다.
귀중한 시간을 내어 제 글을 읽어 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