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세안연구원 | 글: 이유진
2025년 미국 정부가 아시아 주요국을 상대로 고율 관세 정책을 본격화하면서 아세안(ASEAN) 경제에 커다란 충격파가 퍼지고 있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베트남과 글로벌 허브 국가인 싱가포르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이 두 국가의 사례는 동남아 국가들이 어떻게 글로벌 무역 질서 재편에 대응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베트남은 미국의 일괄적인 고율 관세 방침에 직면한 직후, 비교적 빠른 속도로 미국과의 양자 무역 협상을 추진했다. 그 결과, 베트남은 자국 제품에 대해 평균 20% 수준의 관세율을 적용받는 조건으로, 중국산 제품의 우회 수출을 방지하겠다는 약속을 포함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특히 베트남은 통관 시스템을 강화하고 원산지 규정을 엄격히 적용함으로써, 미국의 신뢰를 확보하고 ‘중국 대체 생산기지’로서의 위상을 지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인 타격을 최소화하고,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공급망 내 위치를 재정립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반면 싱가포르는 관세 자체보다는 그 여파에 대한 제도적인 거버넌스 차원의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로렌스 웡(Lawrence Wong) 총리는 미국 관세 정책이 규칙 기반의 무역 질서를 훼손한다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싱가포르 경제 회복력 TF팀(Economic Resilience Taskforce)’을 구성했다. TF팀은 특히 반도체, 제약, 화학 등 핵심 산업의 공급망 리스크를 분석하고, 수출 다변화 방안과 대체시장 발굴을 추진 중이다. 더불어 싱가포르는 외교적 경로를 통해 미국과의 갈등을 최소화하면서도, 자국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적 조정에 힘쓰고 있다.
두 국가 모두 고율 관세라는 동일한 위협 앞에 놓였지만, 그에 대한 접근 방식은 확연히 다르다. 베트남은 비교적 실용적이고 민첩한 외교 협상으로 타격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반면, 싱가포르는 위기 이후의 회복력과 산업 재편이라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적 차이는 양국의 정치적 체제, 경제구조, 그리고 국제사회 내 위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아세안 전체에 하나의 교훈을 제공하고 있다. 변화하는 글로벌 무역 환경 속에서 단순히 수동적인 피해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협상하고 조정하며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이다. 베트남과 싱가포르의 대응은 앞으로 다른 아세안 국가들이 선택할 수 있는 중요한 참고 모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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