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세안연구원 | 글: 이유진
아세안이 미얀마 군정과의 관계 회복을 다시 논의하고 있지만, 회원국 간 입장 차이와 미얀마 내부의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해 재참여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태국 외교부는 최근 회의에서 “총선이 실시되더라도 포괄적 정치 참여와 민주적 정상화가 보장되지 않는 한, 미얀마와의 완전한 재접촉은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는 미얀마 군정이 추진하는 2025년 선거가 “국제적 정당성을 획득하기 어렵다”는 아세안 내부의 회의적 시각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미얀마는 2021년 쿠데타 이후 군부가 국가권력을 장악하면서 대규모 인권침해, 시민사회 탄압, 반군과의 무력 충돌이 지속되어 왔다. 아세안은 사태 직후 ‘5대 합의(Five-Point Consensus)’를 마련했지만, 군정의 이행 의지가 부족해 실질적 진전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그 결과 미얀마는 2021년 말부터 아세안 정상회의 및 장관급 회의에서 사실상 배제돼 왔다.
최근 일부 회원국 특히 캄보디아, 라오스는 경제적·지정학적 이유로 미얀마와의 대화 재개에 긍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은 인권 문제를 이유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며 “형식적 선거만으로는 아세안의 기본 원칙을 충족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의견 대립은 아세안의 합의 기반 의사결정 구조와 맞물려 미얀마 문제 해결을 더욱 지연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얀마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아세안의 지역 리더십과 규범적 신뢰가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최근 남중국해 정세가 불안정해지는 가운데 아세안이 내부 문제로 에너지를 소모할 경우, 역내 다자협력의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미얀마 사태는 아세안의 ‘비간섭 원칙’과 ‘인권·민주주의 가치’ 사이에서 구조적 딜레마를 드러내며, 공동체 지향 아세안 비전(ASEAN Community Vision 2025)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아세안은 올해와 내년 사이 지속적으로 미얀마 군정·민간단체·인도주의 기구와의 여러 경로를 통해 접촉을 이어갈 계획이지만, 군부의 태도 변화 없이는 실질적 진전이 어렵다는 회의론이 여전히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아세안이 미얀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역내 안정과 국제사회 신뢰 모두에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보다 강한 지역적 대응과 명확한 로드맵 설정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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