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세안연구원 | 글: 박문선
메콩강은 동남아 수천만 주민의 생계를 지탱하는 젖줄이지만, 플라스틱 오염은 여전히 심각한 위기로 남아 있다. 지난해 9월 프놈펜에서 열린 제6차 환경장관회의에서 플라스틱 오염 저감을 목표로 한 ‘프놈펜 공동 선언’을 채택했다. 선언은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과 국경 간 협력 강화를 약속했지만, 1년이 지난 현재까지 가시적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강을 따라 살아가는 주민들은 이미 오염의 충격을 매일 체감하고 있다. 캄보디아 어민 솜 찬(Som Chan)은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게 물고기가 아니라 플라스틱 병일 때가 많다”며 “잡히는 물고기의 크기가 줄고 있고, 강물이 더럽혀진 걸 매일 느낀다”고 말했다. 솜 찬의 증언은 현지 언론 보도와도 일치한다. 지역 환경매체 MekongEye는 메콩강이 매년 수만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바다로 유출해, 하류와 해양 생태계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라오스의 환경 NGO ‘Green Mekong Initiative’ 관계자 수라위 티판(Surawi Thiphan)은 “라오스 농촌 지역에서는 여전히 일회용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병이 무분별하게 사용된다”며 “제도가 마련돼도 주민 인식 개선과 재활용 시스템 구축이 병행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지역에서 폐기물 수거 체계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쓰레기가 강이나 들판으로 직행하는 사례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선언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으려면 기업과 지역사회의 참여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태국 방콕대학교 환경학 교수 나린 분타와트(Narin Buntawat)는 “대책이 대부분 일회성 홍보 행사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근본적으로는 포장재 사용을 줄이고, 지역 기업들이 친환경 대안을 채택하도록 정부가 규제와 인센티브를 동시에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재활용 기업을 운영하는 레 민 아잉(Le Minh Anh) 대표 역시 “지역 협력이 강화되면 재활용 산업이 성장할 기회가 있지만, 현재는 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인센티브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보건 분야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캄보디아 국립대학의 보건학자 소피아 쩐(Sophia Chen)은 “강을 오염시키는 미세플라스틱은 이미 식수와 어류를 통해 인체로 흡수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소화기 질환이나 내분비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플라스틱 오염은 환경 문제를 넘어 공중보건, 식량 안보, 경제 문제와 직결되는 복합적 위기라는 점에서 더 긴급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ADB는 최근 보고서에서 메콩 지역의 플라스틱 오염 해결을 위해 공동 데이터베이스 구축, 폐기물 관리 기술 이전, 국경을 넘는 재활용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메콩강은 여러 국가를 관통하는 만큼 단일 국가의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며, 실질적 변화를 위해서는 다자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메콩강은 수천만 명의 생존과 생태계를 지탱하는 핵심 자원이다. 그러나 프놈펜 공동 선언이 채택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주민들의 생활 습관 변화, 기업의 참여, 국제사회의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선언은 공허한 약속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어민 솜 찬은 “우리 아이들이 맑은 강에서 고기를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지금 속도로는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메콩의 플라스틱 위기는 선언의 이행력과 지역 협력의 실질적 성과를 시험하는 분기점이 되고 있다.
참고자료
- ADB. 2024. Addressing Plastic Pollution for Climate Benefits: Opportunities in the Global Plastics Treaty for Asia and the Pacific.
- https://greatermekong.org/g/phnom-penh-joint-statement-prevention-plastic-pollution-greater-mekong-subreg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