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세안연구원 | 글: 박문선
메콩 유역 국가들에서 최근 가장 뜨거운 인권, 치안 이슈 가운데 하나는 이른바 ‘스캠 콤파운드(scam compound)’다. 콜센터, IT 회사, 온라인 게임 회사처럼 간판을 걸고 있지만, 실제로는 사람들을 가둬 놓고 연애, 투자, 코인 사기와 불법 도박을 전 세계를 상대로 벌이는 폐쇄형 사기 단지를 뜻한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2023년 보고서에서 동남아 온라인 사기 산업에 수십만 명이 강제로 동원돼 온라인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은 고액 연봉을 내세운 허위 구인광고를 믿고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로 이동했다가 여권을 빼앗기고, 창문도 거의 없는 건물에 갇혀 하루 10~16시간씩 사기 메시지를 보내는 일에 내몰린다.
이들 단지는 주로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의 특별경제구역(SEZ), 카지노 밀집 지역, 국경 도시에 몰려 있다. 캄보디아만 보더라도 유엔 보고서는 시아누크빌, 바벳 일대 사기 단지에 10만~15만 명이 감금, 노동착취 상태에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미얀마 카인주(Kayin State) 미야와디(Myawaddy)의 ‘KK Park’는 연애, 투자, 코인 사기와 인신매매가 한꺼번에 이뤄지는 대표적 ‘사기 공장’으로, 강제노동, 고문, 장시간 노동 실태가 여러 조사에서 확인됐다. 2025년 들어 미얀마 군부는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 미야와디 KK Park와 Shwe Kokko 일대에 대한 대규모 단속을 발표하고 수천 명 구조와 건물 폭파 장면을 공개했지만, 위성사진과 현지 조사에서는 단지 일부만 파괴되고 핵심 시설은 남아 있거나 다른 지역으로 옮겨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인신매매와 강제노동 끝에 탈출하거나 송환된 사람들이 자국으로 돌아간 뒤에는 오히려 ‘사기 공범’으로 기소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로 취급되는 이중 피해”라는 비판도 나온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이 현상을 ‘강제 범죄(trafficking for forced criminality)’로 규정하고, 온라인 사기센터가 인신매매, 사이버 범죄, 자금세탁, 불법 도박을 한데 엮는 새로운 범죄 인프라가 되었다고 평가한다. UNODC와 국제이주기구(IOM)는 각국 정부에 스캠 콤파운드에서 나온 사람들을 우선 ‘인신매매 피해자’로 보호하고, 가짜 채용 광고에서 이동 경로, 국경 관리, 결제 수단까지 이어지는 전 단계 대응 전략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GMS 안에서 스캠 콤파운드는 더 이상 단순한 “온라인 사기”문제가 아니다. 국경 지역의 부패, 불법 카지노와 개발 특구, 청년 실업과 이주 노동의 취약성, 허술한 디지털 규제가 한데 얽힌 새로운 형태의 인권, 안보 위기로 자리 잡고 있다. 메콩을 둘러싼 수력발전, 환경 갈등 못지않게, 이 보이지 않는 ‘사기 공장’들이 남기는 피해에 국제 사회는 주목하고 대응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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