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세안연구원 | 글: 박문선
태국 정부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보호를 확대하고 평등권을 명문화하기 위한 반차별법(Anti‑Discrimination Bill) 정부안을 제출하며, 인권 중심 입법의 전환점에 다가서고 있다. 이 법안은 인종, 성별, 장애, 성적 지향, HIV 감염 여부, 사회경제적 지위, 정치 성향 등 광범위한 차별 사유를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의 성평등법이 주로 성별 표현에만 초점을 맞췄던 것에 비해, 이번 반차별법은 훨씬 넓은 범위에서 실질적인 권리 보호의 체계화를 지향하고 있다.
법안은 2019년 시민사회 단체들의 제안으로 출발했으며, 태국 법무부 산하 권리 및 자유 보호국이 이를 정비해 2025년 3월 각료회의(Cabinet)에 공식 제출한 상태다. 정부는 4월 중 각료회의 승인을 목표로 검토를 진행하였으나, 현재까지는 “심의 대기(pending)” 단계로 확인된다. 승인이 완료되면 법안은 국회에 상정되어 본격적인 심의와 개정 과정을 거치게 된다.
국제사회는 이 법안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UN 인권기구, Amnesty International 등은 이 법안이 아시아에서 보기 드문 포괄적 반차별법이라는 점에서, 특히 LGBTQ+(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 소수자 지칭), 장애인, 이주민, HIV 감염인 등 구조적 소외 계층의 법적 보호 강화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태국은 2025년 초, 동성결혼 합법화법(Marriage Equality Act)을 통과시킨 아시아 최초 국가 중 하나로 주목받았으며, 반차별법은 이 제도적 변화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적인 한계도 존재한다. 교육, 고용, 의료 등 일상생활 영역에서의 차별은 여전히 광범위하며, 법 제정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실제로 법이 통과되더라도, 구제 수단의 접근성, 법 집행기관의 역량, 대중의 인권 감수성 강화 등 후속 조치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형식적 입법에 그칠 수 있다. 또한, 일부 보수 성향 정치세력이나 종교 단체의 반대 여론도 향후 국회 논의에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반차별법 추진은 태국이 헌법상 평등 원칙을 구체적 입법으로 구현하려는 사상 첫 시도이자,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인권 기반 법체계 구축의 선도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깊다. 향후 각료회의 승인 여부와 국회 논의 과정은 태국 인권정책의 방향은 물론, 역내 다른 국가들의 입법에도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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