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세안연구원 | 글: 이유진
필리핀 전역에서 수천 명의 시민들이 정부의 홍수 방지 사업(flood control project)과 관련된 대규모 사기 의혹에 항의하며 거리로 나섰다. 이번 시위는 ‘트릴리언 페소 행진(Trillion-Peso March)’으로 불리며, 부패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세대를 초월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시위대는 마닐라를 비롯해 세부, 다바오 등 주요 도시에서 행진하며 정부의 투명성 강화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대학생과 청년층부터 은퇴자, 종교 단체까지 다양한 집단이 참여해 “부패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라는 구호와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마닐라 경찰청은 9월 21일 발표에서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와 기물 파손 행위로 인해 총 7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시위대 일부가 돌을 던지고 차량을 파손하는 등 과격 행동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인권 단체들은 경찰의 과잉 진압 가능성을 제기하며 체포된 이들의 즉각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시위 참가자 중 한 대학생은 현지 언론 ABS-CB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단순히 홍수 방지 사업에 대한 진상 규명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필리핀 전역에 만연한 고질적인 부패에 대해 책임을 묻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이번 행진은 과거 수십 년간 반복되어 온 부패 문제에 대한 세대 전체의 분노”라고 덧붙였다.
이번 시위는 과거 2013년 ‘백만인 행진(Million People March)’ 이후 최대 규모의 반부패 집회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정부에 큰 정치적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며, 관련 예산 집행 과정에 대한 감사 및 조사 요구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독립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홍수 방지 사업 계약 과정에서의 비리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지연되거나 흐지부지될 경우, 시위는 더 격화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트릴리언 페소 행진은 세대와 계층을 뛰어넘어 부패 척결을 요구하는 국민적 목소리를 결집시켰다. 향후 조사 결과와 정부의 대응 방식에 따라 필리핀 정치 지형과 사회적 긴장 관계가 큰 변화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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