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세안연구원 | 글: 박문선
유엔 세계식량계획(UN World Food Programme, 이하 WFP)은 2026년 미얀마에서 1,200만 명 이상이 심각한 식량위기(acute hunger)에 직면하고, 그중 약 100만 명은 ‘긴급 수준’으로 즉각적인 생명유지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WFP는 현장에서 이미 영양실조 위험에 놓인 아동과 어머니 40만 명 이상이 영양가 부족한 식단으로 버티는 상황을 언급하며, 위기가 ‘앞으로 올 문제’가 아니라 ‘이미 현실화된 문제임’을 밝혔다.
이 문제를 단순히 “농업 생산이 줄었다”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핵심은 분쟁이 만든 접근성 붕괴이기 때문이다. 충돌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이 집과 일터를 떠나고, 도로, 시장, 보건, 식수 체계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로이터는 미얀마의 국내 실향이 약 360만 명 수준이며, 많은 이들이 임시 거처에서 식량, 의료, 깨끗한 물에 대한 접근이 제한돼 있다고 전했다. WFP도 2026년에 실향이 더 늘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하면서, ‘먹을 것이 있느냐’보다 ‘필요한 사람이 실제로 구할 수 있느냐’가 더 큰 병목이라고 설명했다.
인도주의 위기는 ‘필요가 크다’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원이 필요해도, 필요한 곳까지 닿기 어렵다는 점이 미얀마의 결정적 병목이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 Office for the Coordination of Humanitarian Affairs), 이하 OCHA)의 접근성 평가(2025년 10월 기준)는 미얀마 330개 타운십 중 127개(약 38%)를 가장 높은 수준의 접근 제약 지역으로 분류했다. 이 지역에서는 인도주의 단체가 도움이 필요한 주민 가운데 일부만 도달할 수 있다고 정리된다. 즉, 현장에서는 전투 위험뿐 아니라 검문 및 통제, 이동 제한, 그리고 여행허가 및 등록 등 행정 절차가 겹치면서 지원은 들어오지만 도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기 쉽다는 것이다.
여기에 재원 공백이 위기를 더 크게 만든다. WFP는 2026년에 130만 명 지원을 목표로 제시하면서 필요한 예산을 공개했지만, 심각한 식량위기 규모(1,200만 명 이상)에 비하면 대응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유엔의 2026년 미얀마 인도주의 계획도 1,600만 명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보면서, 현실적으로는 가장 취약한 490만 명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요구 재원은 8억 9,000만 달러로 제시되며, 필요는 큰데 지원 대상은 줄어드는 구조가 공식 문서에 반영된 셈이다.
즉, 미얀마 심각한 식량위기는 단순한 식량 부족이 아니라 분쟁과 실향이 만든 접근성 붕괴와 재원 공백이 결합한 인도주의 위기이다. 결국 2026년의 성패는 “생산량 회복” 같은 단일 처방보다, “영양 위기 억제(고위험군 우선), 접근 장벽 완화(도달 가능성), 재원 확대(지속성)”가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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